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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일기

창업일기 #13 (첫 주문을 받았을 때의 심정)

 

 

 

인스타그램으로 상품을 홍보하던 중 DM을 받았다.

국기 스티커를 구매하고 싶은데 어떻게 구매하냐는 질문이었다.

냉큼 스마트 스토어 주소를 알렸고, 10분 뒤 띵똥~ 하며 문자가 왔다.

 

 

첫 구매 고객이라니!

너무 기쁜 나머지 모든 행동은 스탑 되고, 스마트 스토어에 접속하여 실제로 주문이 된 건지 재확인을 했다.

 

아.. 정말 첫 주문이다..

격하게 기분이 좋아서 방에서 문 닫고 춤을 추면서 소리를 질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회사에서 억눌린 흥이 폭발하는 기분이었다.

테스토스테론이 날뛰고 있었고, 짜릿한 성취감이 들자 욕구 해소를 위해 공원으로 달려갔다.

한 시간을 이곳저곳 뛰어다니다 보니 흥분이 조금 가라앉았고 그제야 집으로 복귀했다.

 

샤워 후 택배박스를 접고, 첫 구매고객의 상품과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다른 상품들을 전부 다 넣었다.

마진도 없고 오히려 마이너스인 상황이지만 친구에게 선물하는 기분이랄까?

그저 신이 나서 택배를 포장하고 생각보다 묵직하게 보냈다.

 

 

이 여파는 다음날 회사에서까지 이어졌다.

 

으흠~ 퇴사를 생각했는데 말이야, 사장님 꽤나 힘드셨겠어~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이다니~

오늘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지고 싶다

 

엉덩이는 들썩거리고 속으로는

 

마! 내 물건 하나 판 여자다 마!

 

내적 외침을 하며 하루 동안 신나게 일을 했다.

 

 

장사라는 것이 나에게 활력을 주면서 정말 행복했다.

내 하루의 기분이 문자메시지 하나로 변하고, 텐션이 달라지면서 부서 사람들이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부서 사람 중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내가 가진 물건들을 아낌없이 다 내줬다.

장사라면 이것도 구매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생각하지 못했다.

 

장사를 하기 전 나를 보자면,

사람들과 나눠 쓰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좋으면 너도 좋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필요하면 대가 없이 줬고 대가를 바라지도 않았다.

쿠킹클래스를 하다 보면 본인이 만든 쿠키는 부서지거나 예쁘지 않은 것 한 두 개 맛만 보고, 남은 쿠키들은 모두 포장해서 주변에 나눠주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상대방이 좋아하고 기뻐하는 것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그런 사람들은 장사를 하면 아마 기쁨이 배가 될 것이다.

 

 

물건이 팔리면 아침부터 공기가 달랐고,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기분이 급 하강하곤 했다.

구매자가 생기자 그 뒤로는 문자가 구매한 시각보다 늦게 도착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 스토어를 들어가서 새로고침을 하고 있었다.

 

일희일비 하지말자, 해놓고 사람 마음이란 것이 그리 쉽지 않더라.

회사에서 정신을 계속 딴 데 팔고 있었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빨리 새로고침 하고 싶은데, 내 파티션을 넘보고 있잖아? 하는 생각 때문에

네네~~~ 아~~ 알겠어요~~~ 서류 빨리는 못 해 드려도 제시간 안에 해드릴 테니 가세요~~~

이러면서 나의 시간을 만들었다.

그래서 성격 좋아졌네? 하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업무상 성격은 까칠하고 YES or NO가 명확한데, 요즘 대부분의 일들을 OK 한다는 소문이 나서 업무 요청이 밀려들어왔다.

업무가 너무 많아지면서 성질이 나자마자 부서마다 협조문을 띄우고 부서장이 허락한 일만 하겠다며 강경 대응했지만, 일단 유순해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계속 업무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쓰벌

 

 

 

하루는 모니터에 스마트 스토어를 내리지 않고 급하게 다른 부서로 간 적이 있다.

다른 사원이 내 파티션 안으로 결재서류를 올려놓다가 모니터 화면을 봤고, 작은 장사를 한다는 것을 다른 부서사람들에게 퍼트리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소문의 주인공이 된 줄도 몰랐는데, 회사에서 조심하지 않은 나를 탓하며 참고 지냈다.

조용히 지내면 잠잠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팀에서 장사가 잘되면 퇴사를 하겠네~ 어쩌네~ 회사에 통수를 치네~ 하는 소리를 뒤에서 들었다.

험담도 적당히 했으면 좋겠는데 들으라고 하는 건지 내 귀에 들리는 날이 많아지면서 칼을 갈고 있다.

회사의 취업규칙 때문에 인사팀장 귀에 들어갈까 봐 살얼음 위를 걷는 중이다.

 

 

안팎으로 바쁜 와중에 그래도 첫 고객을 떠올리면, 내 상품을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

첫 구매고객 성함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고, 항상 감사한 마음이 든다.

 

다른 창업자들도 처음은 다 이렇게 떨리고 기뻤겠지?

 

 

아! 그리고 내 모니터를 보고 소문을 낸 사원은 며칠 전에 비상계단으로 조용히 불렀다.

실과 바늘을 선물하며, 입을 잘 꼬매고 살라고 했다.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소리가 넥타이를 통해 쿵쿵 거리는 것을 보았다.

 

 

 

무슨 연유인지 어제 그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쉽지만 잘 가렴